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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제작자 현장파견 보고서 (일부 발췌)
글: 김다형

김지선 ‹역행의 여행사 / 우리의 사원› 워크숍
이번 예비예술인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가장 새로운 경험이라면 단연 그 현장의 환경을 관객이 아닌 다른 역할로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학생이고 작업이 관객에게 보여지는 과정은 전체를 이해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는데 이번 워크샵을 통해서 현장에 대한 요소들을 파악 하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지난 학기 김지선 작가의 수업을 들으면서 인상 깊은 말이  ‘관객 이 입장할 때 그리고 퇴장할 때까지 ‘작업’이라는 말이었는데 워크샵을 통해 (현장에서의) 시각적인 경험을 통해 관람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해당 작품이 다른 옵/신 페스티벌 속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시 공간이 ‘파워플랜트’ 라는 것이다. 이는 창고와도 같은 장소인데 세마 벙커와 비교 했을 때 내부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창고 같은 느낌이 커서 (김지선 작가 스스로도 말했지만) 실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음향, 날씨, 온도, 설치 많은 요소가 있지만, 이 공간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온도’였다. 너무 춥고 공간이 넓어서 바람이 불었다. 히터가 작동되는 소리도 너무 크고 공간의 높이가 높아 작은 소리도 울렸다. 이 지점에서 김지선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공연 중에는 히터를 끄고 관객에게 손난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파워플랜트 전시 장소 내부에서 작업에 침범하지 않고 공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메테 에드바센의 작품에 퍼포머로 참여하게 되면서 PD의 역할,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관람에 있어서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고 어떠한 변수를 대비하는 역할로 이해했다. 따라서 김지선 작가가 고려하는 것들이 작가와 PD 모두 계속 고려해야 하는 지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그냥 장소에 배치되는 것뿐 아니라 잘 작동되도록 신경쓰는 것 또한 전시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메테 에드바센 ‹오후의 햇살 아래 시간이 잠들었네› 현장파견
이 작업은 ‘사서’ 퍼포머 역할로 참여하게 되었다.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라 더욱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매일 진행하면 할수록 이 작업에 대한 생각보다 실무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실무적인 것에 집중하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의 표정을 보면 간혹 관객이 벅참과 설렘을 느낀 듯한 표정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 몇 장면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퍼포머와 관객이 만나면 어느한켠에 앉아 퍼포머가 숨을 고른다. 자 신의 호흡을 찾았을 때쯤 퍼포먼스는 극의 조명이 서서히 켜지듯 시작한다. 20분
이상 진행되는 낭독에 놀라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서 역할을 하는 공간이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바로 옆이었기에 부산스러운 행동을 아예 못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 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잠깐 딴짓할 시간이 생겨도 ‘인간책’들의 문장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야간비행›의 “철이 진동하고 있다. 철은 단순한 철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 같았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데 철이
진동한다는 말을 듣고 그 문장 하나로 인해 내가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구두로 내뱉어지는 언어는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되거나 왜곡되는데 공연 중에도, 공연 후 관객이 돌아 가는 길에도 그러한 발생이 계속 일어나는 듯하다. 결국에 그 책의 무엇도, 심지어 제목조차 휘발되어버리는 현상이 인상 깊었다.

이 작업에 참여하면서 작업 또한 중요하지만 작업이 발생하는 장소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명의 퍼포머는 각자 다른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는데, 그 중 한 공간이 더북소사이어티 내부 공간이었다. 내부 공간에선 내가 진행하는 티켓팅 업무와 도서관 운영, 퍼포먼스 낭독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이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공연의 형식이 1대1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공간 조성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